비 오는 날 괜스레 축축처지는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요? 

비라도 올 것 같이 날씨가 흐린 날이면 ‘피곤하고 졸리다’, ‘몸이 늘어진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걸 보면, 밝고 맑은 날의 컨디션과 비가 오고 흐린 날의 컨디션은 사뭇 다른 듯합니다.

날씨의 변화는 우리의 기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요?

흐리거나 비가 내리는 날 졸음이 쏟아지는 것과의 상관관계는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 이유로 크게 세 가지를 들 수 있다고 합니다.

1. 뇌에서 분비되는 생체 호르몬 멜라토닌

구름이 많이 낀 날 졸린 이유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과 관계가 있습니다. 

멜라토닌은 뇌 속의 송과선이라는 부위에서 밤에 집중적으로 분비되는 호르몬인데요, 숙면을 유도한다고 합니다. 

우리 몸이 햇빛에 노출되면 멜라토닌 분비가 억제되고, 기분을 좋게 하는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 멜라토닌은 어둡고 일조량이 적은 흐린 날엔 낮을 밤으로 인식한다고 하는데요, 멜라토닌은 숙면을 취해야 한다는 신호를 몸에 계속해서 보내게 되고, 그 결과 졸음이 밀려오는 것이라고 합니다.

2. 비 오는 날 특유의 흙냄새

식물들은 비가 오지 않는 ‘건기’ 동안 씨앗이 발아하지 못하도록 하는 특정 오일을 분비합니다. 

그런데 비가 내리면 이 오일이 빗물에 씻겨 내려가서 흙 속의 박테리아가 분비하는 ‘지오스민(Geosmin)’이라는 화학물질과 섞이게 되는데요, 이때 나는 흙 내음이 주는 진정작용에 졸음이 더 밀려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합니다.

3. 자장가처럼 들리는 빗소리

마지막으로 비가 오는 날 졸음이 오는 이유는 바로 빗소리입니다.

비가 내릴 때 지붕이나 땅바닥, 우산에 ‘똑똑’ 부딪히며 나는 규칙적인 소리를 이른바 ‘핑크 노이즈(Pink noise)’라고 하는데요, 핑크 노이즈는 백색 소음(White noise)처럼 불필요한 뇌의 활동을 줄이기 때문에 수면을 유도하는 역할을 합니다. 

규칙적인 빗소리가 우리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드는 원리인 거죠. 특히 핑크 노이즈는 저음과 중음대의 음이 상대적으로 고음보다 높아 백색 소음보다 심리적으로 더 안정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졸음이 쏟아지는 이유에 대해서 알아봤는데요, 이 정도면 비 오는 날 유독 나른한 게 기분 탓이 아니겠죠? 

아직은 바깥 활동이 조심스러운 요즘, 집에서 빗 소리를 들으며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도 힐링이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